전통적인 부동산 투자는 높은 초기 자본, 복잡한 절차, 낮은 유동성 등으로 인해 대중 투자자에게는 다소 어렵고 제한적인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부동산 토큰화'는 이러한 제약을 허물고, 누구나 실물 자산에 디지털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특히 블록스퀘어(Blocksquare)와 베라캐피탈(Vera Capital)이 주도하는 미국 부동산 토큰화 프로젝트는 1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례 없는 도전이자 기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들이 왜,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부동산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지 상세히 분석하고, 향후 산업 전체에 미칠 영향까지 전망합니다.
부동산 토큰화, 단순한 분할 투자를 넘어
부동산 토큰화는 실물 자산인 부동산을 블록체인 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여,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소유권의 분산'입니다. 예를 들어 500억 원짜리 상업용 건물을 100만 개의 토큰으로 나누면, 각 토큰은 5천 원의 가치를 갖고 소유자가 될 수 있으며, 해당 부동산이 발생시키는 임대 수익이나 매각 수익에 대한 권리를 디지털 계약(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분배받습니다.
토큰화는 단순히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24시간 거래 가능성, 블록체인을 통한 자산 추적, 불법 거래 방지 및 감시 강화, 빠른 청산 절차 등 기존 부동산 거래의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수단이 됩니다. 또한 투자자들은 토큰화된 자산을 NFT 형태로도 소유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디파이(DeFi) 플랫폼과 연계한 파생상품 개발도 가능해져 시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글로벌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토큰화 플랫폼이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 유럽, 중동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블록스퀘어와 베라캐피탈의 전략적 협력
블록스퀘어는 슬로베니아에 기반을 둔 부동산 토큰화 전문 기업으로, 그동안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다수의 부동산 디지털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자체 개발한 프로토콜은 Ethereum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실물 자산의 등록, 관리, 분배, 수익 정산까지 자동화된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현지 법률 체계에 맞춘 유연한 토큰 발행 구조로, 여러 국가의 법적 프레임워크를 준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베라캐피탈은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투자 및 자산운용사로, 다수의 고급 상업용 부동산, 멀티패밀리 주택, 호텔 자산 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블록스퀘어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 내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생태계에 편입시키고, 이를 통해 글로벌 소액 투자자 유치, 자산 운용 효율성 제고, 디지털 투자 상품 다양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번 10억 달러 프로젝트의 핵심은 12개 주, 50여 건의 실물 부동산 자산을 단계적으로 토큰화하고, 해당 자산을 기반으로 한 수익권을 전 세계 투자자에게 분산 판매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토큰을 구입하고, 임대 수익이나 매각 차익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익을 자동으로 분배받게 됩니다.
이는 기존 부동산 투자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민주화된 자산 접근성'을 실현하는 동시에, 블록체인의 기술적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중요한 사례가 됩니다.
글로벌 시장과 미국의 토큰화 흐름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는 이미 수십 조 원 규모의 자산이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토큰화된 부동산 프로젝트는 150건을 넘겼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욕과 같은 고가 부동산 시장에서는 고액 자산을 다수의 투자자에게 쪼개어 매각하는 토큰화 구조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금융 규제기관인 SEC(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하에 토큰화 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는 법적으로 엄격한 공시, 감사, 투자자 보호 체계를 요구합니다. 이로 인해 일부 프로젝트는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2024년부터는 SEC와 협의한 시범 프로그램 및 샌드박스 제도가 적용되어 보다 유연한 시도가 가능해졌습니다.
블록스퀘어와 베라캐피탈은 이같은 제도적 움직임에 발맞춰, 정식 증권등록 플랫폼과 연계한 모델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내에서 합법적이고 안전한 자산 유통이 가능하며, 동시에 유럽 및 아시아의 투자자도 해당 플랫폼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 기회와 리스크
부동산 토큰화는 소액 투자자에게도 안정적인 실물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존에는 고액 자본과 전문지식이 있어야 진입 가능했던 부동산 시장이, 누구나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접근 가능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법적 분쟁, 해킹, 유동성 리스크, 플랫폼 리스크 등 새로운 유형의 위험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보유한 토큰이 실제 자산과 연결되지 않거나, 발행사 부도 시 법적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순히 '투자 수익률'만이 아니라 스마트계약의 내용, 법적 권리 구조, 발행사 신뢰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투명한 토큰 발행, 명확한 수익 배분 구조, 자산 감정과 보고 체계 등 전문적인 관리 시스템이 병행되지 않으면, 이 시장은 오히려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블록스퀘어와 같은 기술 기업과, 베라캐피탈처럼 검증된 운용사가 함께 협업하는 모델이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디지털화의 미래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 부동산 시장의 10~15%가 디지털 자산 형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시티, ESG 기반 자산, 관광형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군이 토큰화를 통해 비대면 투자자와의 연결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토큰화된 자산은 단순 보유에서 끝나지 않고, DeFi 플랫폼에서 담보로 활용되거나, 파생상품화되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토큰을 담보로 디지털 대출을 받거나,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파생 토큰을 거래하는 등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연계하여, 실시간으로 자산의 가치 변동을 추적하고 자동화된 리밸런싱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결국 부동산 토큰화는 금융의 혁신이자 자산 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디지털로 진화하는 부동산, 준비는 지금부터
블록스퀘어와 베라캐피탈이 선보이는 미국 부동산 토큰화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서, 글로벌 자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는 더 많은 선택권과 접근성을, 기업에는 효율적 자산 운용 구조를, 시장에는 보다 투명하고 유동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하게 됩니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 시대의 핵심은 ‘실물 기반의 신뢰’에 있습니다. 부동산처럼 실질적 가치를 가진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안전하게 유통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누구나 글로벌 투자자가 되는 시대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